
이번 사건에서는 보험약관이 당뇨병(E10~E14)을 9대질환으로 정하고 수술 1회당 3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피보험자는 당뇨망막병증으로 레이저 광응고술을 여러 차례 받았고 보험회사도 한동안 수술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이후 "당뇨병 자체의 직접 치료가 아니고 입원을 동반하지 않았다"며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당뇨망막병증 역시 E10~E14의 세부 분류에 포함되는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볼 수 있고, 레이저 광응고술 역시 그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보험회사가 '입원을 동반한 수술만 보장한다'는 중요한 제한사항을 계약 당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를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오늘은 의정부지방법원 2012. 5. 10. 선고 2011나7162 판결을 중심으로 당뇨망막병증의 질병코드와 레이저 광응고술이 왜 9대질환 수술급여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보험회사는 처음에는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이후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피보험자는 2003년 보험회사와 특정질병보장특약이 포함된 종신보험을 체결했습니다. 특약에서는 9대질환 가운데 하나로 당뇨병을 규정하고 있었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대상 질병은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 E10~E14 — 당뇨병
약관상 9대질환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을 받으면 수술 1회당 300만 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피보험자는 이후 당뇨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합병성 백내장과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했습니다. 백내장과 망막질환에 대해 초음파백내장유화술, 인공수정체삽입술 등을 받았고 보험회사는 이에 대한 수술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당뇨망막병증 치료를 위해 레이저술과 주사술을 받기 시작했고, 보험회사는 레이저 광응고술에 대해 총 19회, 5,700만 원의 수술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 다시 레이저 광응고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회사는 입장을 바꿨습니다.
보험회사는 레이저 광응고술이 당뇨병 자체를 직접 치료하는 수술이 아니라 당뇨병의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는 것이고, 입원을 동반한 수술도 아니므로 약관상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2. E10~E14는 당뇨병 자체만 의미하는 코드일까?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바로 E10~E14의 의미였습니다. 당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당뇨병을 E10부터 E14까지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상위 분류는 다음과 같은 구조입니다.
- E10 — 인슐린의존 당뇨병
- E11 — 인슐린-비의존 당뇨병
- E12 — 영양실조-관련 당뇨병
- E13 — 기타 명시된 당뇨병
- E14 — 상세불명의 당뇨병
여기서 중요한 것은 E10~E14가 단순히 '합병증이 없는 당뇨병'만을 의미하는 코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당뇨병에 눈, 신장, 신경계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그 상태를 세분화하기 위한 하위 질병분류가 사용됩니다. 당시 분류체계에서 눈 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은 E10.3, E11.3, E12.3, E13.3, E14.3 등으로 세분할 수 있었고, 당뇨병성 망막병증 역시 이러한 당뇨병 세부분류 체계 안에서 다뤄졌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약관에 적힌 E10~E14가 당뇨병 자체만을 의미하고 당뇨합병증은 제외한다는 보험회사의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당뇨망막병증 치료도 당뇨병의 '직접 치료'로 인정됐습니다
보험회사는 당뇨망막병증이 당뇨병 때문에 발생한 합병증일 뿐, 당뇨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서도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세부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법원은 당뇨병이라는 질환의 특성도 고려했습니다. 당뇨병은 질병 자체를 수술로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가 일반적인 질환이 아니며, 장기간 혈당을 관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보험약관의 '당뇨병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수술'을 당뇨병 자체에 대한 수술로만 제한한다면 실제 수술급여금이 지급될 수 있는 경우가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습니다.보험회사 역시 당뇨병성 족부병변에 대한 피부이식술이나 관절이단술, 당뇨병성 백내장에 대한 인공수정체삽입술,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유리체절제술 등에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판단에 고려됐습니다.
결국 법원은 당뇨망막병증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수술 역시 약관상 9대질환인 당뇨병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수술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4. 입원하지 않고 받은 레이저 수술인데도 인정된 이유
이번 사건에서는 질병코드만큼이나 중요한 쟁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보험약관에는 9대질환 수술급여금에 대해 '입원을 동반한 수술일 경우에 한한다'는 제한조건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약관 문구만 본다면 입원하지 않고 시행한 레이저 광응고술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증권에는 단순히 '9대질환의 치료를 위해 수술 시 수술 1회당 300만 원 지급'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을 뿐, 반드시 입원을 동반해야 한다는 내용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수술'이라는 일반적인 표현을 보고 보험계약자가 당연히 '입원을 동반한 수술만 의미한다'고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입원 여부는 보험금 지급 범위를 크게 제한하는 조건이므로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약관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회사가 이러한 제한조건을 계약자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다는 사실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보험회사가 '입원을 동반한 수술만 보장한다'는 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5. 법원은 레이저 광응고술을 9대질환 수술급여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했습니다
마지막 쟁점은 레이저 광응고술 자체를 '수술'이라고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당시 보험약관에는 수술을 별도로 정의하면서 절단이나 절제 등의 방법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없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해 레이저 광응고술은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이며 수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회신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종합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E10~E14에는 당뇨병의 세부 합병증 분류도 포함될 수 있음
-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세부질환으로 볼 수 있음
- 당뇨망막병증 치료는 약관상 당뇨병의 직접 치료에 포함됨
- 레이저 광응고술은 당뇨망막병증을 직접 치료하는 수술임
- '입원을 동반해야 한다'는 제한은 중요한 약관 내용인데 보험회사가 이를 제대로 설명했다고 보기 어려움
따라서 법원은 레이저 광응고술이 9대질환 수술급여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회사가 제기한 보험금 지급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는 기각됐고,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했던 제1심 판결도 취소됐습니다. 이번 판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단순히 '당뇨합병증도 모두 당뇨병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보험금 지급 여부는 가입한 보험의 약관, 적용되는 질병분류, 수술의 정의, 직접 치료 요건과 설명의무 이행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망막병증과 관련해 보험금을 청구한다면 다음 자료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 진단서에 기재된 당뇨병 및 합병증 질병코드
- ✔ 당뇨망막병증 진단 내용
- ✔ 레이저 광응고술 등 실제 시행한 치료·수술명
- ✔ 보험약관의 E10~E14 보장 범위
- ✔ 약관상 '직접적인 치료'의 의미
- ✔ 약관상 '수술'의 정의
- ✔ 입원 동반 여부를 보험금 지급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 ✔ 계약 당시 해당 제한사항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지
같은 당뇨망막병증이라도 보험 가입 시기와 상품에 따라 약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E10~E14라는 코드만 보고 보험금 지급 여부를 단정하기보다는 진단서와 세부 질병코드, 수술기록, 가입 당시 보험약관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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